iPhone, 스마트폰 열풍의 도화선
작년 11월 말 iPhone 한국 출시 이후, 스마트폰 때문에 한국 IT 업계가 들썩들썩하고 있습니다. iPhone은 불과 한 달 만에 30만대, 4개월만에 거의 50만대 가까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불과 몇개월도 안되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던 iPhone이 이제는 지하철에서 소위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돼 버렸고, 덩달아 삼성의 옴니아와 노키아 등의 스마트폰도 함께 팔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 별로 너도나도 모바일 페이지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회사들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죠. 스마트폰을 이용한 트위터 서비스나 증강현실(AR) 등도 iPhone의 범람 이후 급격히 늘어났어요. 소프트웨어으로 할 수 있는 인터넷 뱅킹이나 증권 거래, 영화 예매 등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도 많이 늘었구요.
수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성장 동력을 위해 스마트폰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통신 3사에서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홍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전 ‘울산과학기술대’에서는 학교 캠퍼스 전체를 ‘iPhone 캠퍼스’로 조성하려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학생, 교직원들끼리 학교 내에서 iPhone으로 통화하는 것과, 학교 내에서의 무선 데이터 통신을 모두 무료로 한다고 해요. 학사 일정 공고나 수강신청, 도서관 조회 등의 간단한 업무도 iPhone을 이용해 할 수 있다니, 대단하죠? 그런데,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또다른 Active X를 키우고 있는게 아닌가?’
개발자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당시 소프트웨어에 대한 법적 규제 덕분에, 개발자들이 원하는 모듈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해요. 한국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Active X 뿐이었다네요. 게다가 강력한 기능들을 별다른 코딩 없이, 모듈 하나 붙이는 것으로 손쉽게 끝낼 수 있는 Actve X는 시스템 보안 결함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에게는 엄청난 유혹이었을겁니다. ‘Windows Only’였던 한국 사회에서, 다른 운영체제 눈치 볼 필요도 없었구요.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흘러… 마약을 조금씩 줘가며 일을 시키는 악덕 업주에게 당한 노동자 처럼, 우리나라 웹은 Active X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반쪽짜리 웹이 되어 버렸습니다. Windows, 그것도 최신 모델이 아닌 구형 XP를 써야만 뭔가 할 수 있는 이상한 공간이 바로 한국의 웹입니다.
저같은 Mac이나 Linux 사용자, 심지어 ‘같은 편’이라 할 수 있는 Windows Vista 사용자들마저, 한국의 인터넷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게 너무나 많습니다. iPhone 덕분에 김기창 교수님이 주도하시던 오픈 웹에 대한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게 됐습니다만, 현재 모든 웹 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영화 예매 정도? 발전이라면 발전이지만… 고생하신 많은 분들의 노고에 비하면 너무 미약합니다. ‘인터넷 강국’이라구요? 개나 주라고 하세요. 아…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 일단 진정하고…
스마트폰의 표준이 iPhone ‘뿐’이어서는 안됩니다
한국 IT상황은 솔직히 정말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로 훅~ 저기로 훅~ 웹 상황만 해도 Active X만 판치던 시절을 조금 벗어나나 했더니… 이제는 Active X 아니면 Flash 떡칠로 아주 난리도 아니죠. 스마트폰 시장도, 솔직히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무리일까요? 마치 앞에 있는 것들은 앞뒤 안가리고, 다음 상황도 예측하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리는 외길 전차처럼요…
iPhone가 유행하면서, 저는 iPhone 애플리케이션에 도전하는 한국 개발자들에게서 ‘Active X’ 사태를 다시 한번 예견합니다. 한국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소위 말하는 ‘표준’이 이미 iPhone이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어서요.
지금 은행이고 증권사, 마케팅 업체 등 수 많은 사람들이 iPhone 애플리케이션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녀시대 마저 App Store에 애플리케이션을 런칭했어요.
그러나 T스토어 같은 통신사 주도형 업체가 아닌 이상, 다른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는 상업적이건 비상업적이건 한국 애플리케이션을 볼 수가 없습니다. 소위 ‘iPhone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이제 많은 사람들이 iPhone을 샀습니다. 물론 언제 나올지 모르는 iPhone 4G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안드로이드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Windows 7 탑재 스마트폰 역시 가만히 있진 않을 것입니다. 속칭 ‘구글폰’인 ‘Nexus-One’의 후속작으로 나올 HTC의 스마트폰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내년 중반이면 iPhone 3Gs 약정 기간이 끝나며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분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결국, 다양한 버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제가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다양한 플랫폼의 세계 시장을 바라보라
첫째, 다양한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준비하시라는 겁니다. 전부 API는 다를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 프로그래밍 언어입니다. (와. 나 너무 무책임한거 아닌지 몰라요…) 알고리즘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테니까요… ‘이거 촉(?)이 온다’ 싶은 소프트웨어라면 애초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포팅할 준비를 하시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지 않나 싶습니다.
둘째, 한국 시장만이 아닌 모든 국가를 커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해 보세요.
예전 기자 생활 하던 때에, 크라잉넛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타리스트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말달리자> 덕분에 저희가 다양한 음악에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말달리자>의 저작권 수입과 공연 수익 덕분에, 크라잉넛은 먹고살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음악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절대로 한국 시장만 바라봐서는 나올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가 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한국 로컬 시장에서 터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그런데, 때로는 반대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일 수도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리라고 마음먹고 기획/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라면 그만큼 수많은 검토를 거쳤을테고…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먹힐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질테니까요…
‘한 권의 책만을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는 격언은 소프트웨어 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진리입니다. 고집불통만큼 재미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염치 없이 말씀드립니다만, 좀 더 넓게 생각하세요. iPhone에만 목매지 마세요. 한국에만 목매지는 더욱 마세요!!
모든 개발자들이 iPhone용 애플리케이션에만 몰려든다면, 점점 다양해질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한국 엔지니어들은 설 곳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공부를 하다가 만, 저같은 사람이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웃긴 일일지도 모릅니다만… 오히려 숲 밖에서 숲을 보는 것이 정확할 지도 모르죠.






















